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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쌓아가다

영화 엔딩노트를 보고

낭만닥터UK 2017. 2. 8. 20:42

엔딩노트를 보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자신의 죽음에 대해 침착하고 담담하게 준비를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영화를 감상하기 전 다큐멘터리형식-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이 큰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주인공인 스나다도모아키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변화와 그 주변의 가족들-아내에게는 평생의 동반자인 남편의 아들에게는 자신을 정성스레 키워준 아버지의 손자손녀에게는 언제나 사랑을 듬뿍 주시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주인공과 함께 삶의 마무리를 해나가는 과정들이 큰 감동을 선사했다. 사실 죽음이라는 것을 준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한 개인 그리고 주변인들에게는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초반부에서는 주인공의 본격적인 죽음에 대한 준비를 이야기하기 전 과거로 돌아가 성취 지향적으로 성실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온 젊은 시절을 보여준다. 이를 보며 왜, 열심히 삶을 살아오다가 이제 자신을 돌아보며 쉬어가려고 할 때 죽음이라는 시련이 찾아온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저 주인공이 만약 나라면 나는 어떻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죽음에 대해 대처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였다. 또한 과거 자신이 살아온 삶을 꼼꼼하게 기록했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하였다.

엔딩노트를 작성하고 실천하는 것들 중 자신의 장례식에 초청할 명단을 작성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초청장이라 함은 결혼식이나 파티에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기 위한 것들로만 생각했던 나에게는 장례식 초청장, 그것도 나의 장례식에 올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초청장을 본인 스스로 작성한다는 것이 상당히 생소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가질 직업은 의사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삶의 마침표를 찍는 죽음의 순간을 함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주치의의 태도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는데 환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죽음이 정해진 환자라도 남은 시간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환자의 가족들과 충분한 상의를 하고 환자가 마지막까지 좌절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졌다.

영화 후반부에 주인공이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동안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했던 주인공도 가족들에게 왜 사람은 죽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삶이라는 긴 끈을 놓기 전 아쉬움과 두려운 마음을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가장 슬펐던 것 같다. 또한 주인공의 엔딩노트가 채워지고 이 속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갈수록 죽음의 순간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 야위어 가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상당한 감성을 자극했다. 놀라운 것은 영화의 전반을 자세히 설명하며 이끌어주는 내레이션을 담당했던 인물이 주인공의 딸이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준비과정을 딸의 시선에서- 그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슬픔을 절제하는 목소리로 아버지의 마지막을 묘사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숨겨진 보물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나도 사람의 생명을 대하는 의사로 여러 환자와 마주하며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이들에게 유능한, 병을 잘 고치는 의사로 남고 싶은 소망과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가슴이 따뜻했던,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는 의사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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